에로신 에로스 = 큐피드

"Cupiditas cecas homines" - Desire blinds men.

 

개구쟁이 사랑의 신 에로스는 흔히 장난감 같은 활과 화살을 든 토실토실한 아기 신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그는 올륌포스에 거주하는 신 중 가장 어린 신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자연의 만물이나 신들조차 좀 더 근원적인 에로스-육체적 욕망과 교접-가 없었으면 태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우주가 탄생한 직후에 출현한 원시신들 중에는 정욕과 사랑, 육체관계의 신인 에로스(Eros; 성애)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태초에 카오스가 자리잡고 있던 우주에 아름다운 질서가 있는 세상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리고 거기를 온갖 생명이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번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로스는 카오스로부터 가이아(대지의 여신), 타르타로스(지하세계)와 함께 스스로 생성되었거나 뉙스(밤의 여신)와 에레보스(어둠의 신)의 결합에서 태어났다.

 

우주가 점차 모습을 갖추어감에 따라 추상적 개념의 나이든 원시신들은 은퇴하고 낯익은 신들로 교체되었다. 그래도 세상에 에로스가 없으면 곤란했기에 훨씬 어린 에로스가 신화에 등장한다. 이 새로운 에로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보통 전쟁의 신 아레스로 여겨지는데, 헤르메스 또는 헤파이스토스가 아버지라는 설도 있고,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의 소생이라고도 한다.

 

작은 활로 무장을 하거나 횃불을 들고 있는 개구쟁이 신 에로스는 아직 엄마의 돌봄을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주로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며 지시를 이행하는 보조 역할의 신이다. 사랑의 신이 적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아기의 장난감 같은 활과 화살은 아프로디테가 지목한 남녀에게만 겨누어지고 심장에만 따끔한 충격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화살에 맞은 심장에 깃들어 있는 정신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에로스는 보통 두 종류의 화살을 가지고 있는데, 빛나는 황금 화살촉이 꽂혀 상처를 입은 심장은 첫눈이 맞은 상대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비이성적인 상태를 데이아 마니아(theia mania; 신이 내리는 광기)라고 불렀다. 반면에 다른 화살, 곧 빛바랜 납 화살촉은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The Victory of Eros, Wikipedia

 

또한 에로스에게는 황금 날개가 있어서 새처럼 경쾌하게 날아다니며 많은 이에게 동시에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때로는 눈가리개를 하고 마구 활을 쏘아대기에 비논리적인 사랑과 혐오가 생긴다. 에로스의 권능은 아름다움이 전부인 어머니 아프로디테보다도 막강해서 지상(인간세계), 하늘(올륌포스), 바다 및 지하세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살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없었다.

 

난방의 혜택이 없던 고대에는 모든 가족이 작은 방에서 함께 온기를 나누며 자야 했다. 따라서 자녀가 있는 방에서 부모의 에로틱한 감정이 일어나고 섹스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아프로디테의 잠자리에는 에로스가 반드시 수행하여 erotic(에로틱한)을 일으킨다. 에로스가 만들어내는(geneous) 것이 erogeneous(성욕을 일으키는, 성감의), 에로스의 장난에 특히 취약한 곳이 erogeneous zone(성감대)이다.

 

그리스어의 eroto-(erot-), ero-, eros는 “성애”, “성적 욕구”의 뜻이다.

erogenic zone: 성감대, erogeneous zone

erotic: 색정적-, 성욕적-

erotic delusion: 색정망상

erotica: 최음제

eroticism: 에로티시즘, 호색성, 성욕, 성적흥분

erotism: 호색증, 성욕

homoeroticism: 동성애

hypereroticism: 색정광, erotomania

pederast: 남색꾼

pederasty: 남색. pedo-(소년) + erasty(사랑)

 

널리 사랑을 퍼트려야 하는 아프로디테의 상대는 수시로 바뀌었으므로 에로스는 침묵의 신 하르포크라테스(Harpocrates)에게 장미 한 송이를 주며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잠자리에 대한 비밀 유지를 부탁했다. 여기서 장미 조각으로 장식된 연회장에서의 포도주를 마시며 하는 논의는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례와 ‘수브 로사(sub rosa; 비밀리에)’라는 말, 그리고 중세에는 의사당 문에 장미꽃을 걸어 두어 의사결정 사항의 비밀 엄수에 관한 관례가 생겼다.

 

이집트의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인 하르포크라테스는 본디 다리를 저는 상태로 태어난 조산아로 그의 이름은 지극히 그리스스러운 이름 “…크라테스”에도 불구하고 “어린 호루스(Horus)”라는 뜻이다. 호루스는 입술에 오른손 검지를 대고 빨고 있는 아기의 모습인데 그리스에서는 이를 “쉿”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손사락을 빠는 모습의 아기 하르포크라테스, "쉿" 처럼 보인다.  Wikipedia

 

어린 에로스에 해당하는 로마신은 사랑의 여신 베누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의 아들인 쿠피도(Cupido; 욕망, 성욕) 또는 아모르(Amor; 사랑)이다.

 

쿠피도 → 큐피드(Cupid), cupidity(탐욕, 색욕), covetousness(탐욕, 지옥에 이르게 한다는 일곱 대죄 중의 하나)

아모르 → 아다모(adamo; 애모하다), amateur(…를 사랑하는 이, 아마추어), amene(기분좋은), amenity(쾌적함, 생활편의설비, 호텔에서 제공하는 욕실용품), 여자이름 에이미(Amy; 사랑스러운 여자), 스페인어 아다마르(adamar; 반하다)

아모르 + 데우스(deus; 신의) → 이름 아마데우스(Amadeus)

 

라틴어의 amat-, amor-, am-은 “사랑하다”, “사랑”, “…에 대한 기호”의 뜻이다.

amativeness: 성욕, 호색

amor lesbicus: 여자동성애, sapph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