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불고기와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Sibi Ignem Cepit" - Prometheus took fire for himself.

 

불과 금속을 알게 된 인간들은 더 이상 연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동물보다 빠른 다리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끈기 있는 몰이와 날카로운 금속 무기로 짐승을 사냥하거나 양을 잡으면 우선 고기부터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보존 수단이 따로 없던 시절이라 뱃속에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섣불리 남겨두었다가는 다른 사람이 먹어버리거나 아까운 고기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기고 꿈틀거리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었다. 심지어 중세까지도 왕의 식탁에서조차 구더기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쉬척지근한 먹을거리에 익숙하던 시절이라 현대인이 생각하는 배탈이나 설사는 많지 않았다.

인간애게 불을 건네주고 제를 올리도록 가르티는 프로메테우스

배부른 인간들이 끈끈하고 처치 곤란한 지방 덩어리와 냄새나는 내장만을 최후까지 남겼기 때문에 그리스어 리포스(lipos; 지방)는 본디 “끈끈하게 남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라틴어 아디포(adipo; 지방)와 영어 leave(두고 가다, 휴가), life(계속 있는 것 → 살아있음, 생명), furlough(휴가, 일시 해고), gizzard(새의 모래주머니), gizzard shad(위가 새의 모래주머니를 닮은 청어[shad] → 전어), 독일어 라이프(Leib; 생명. 신체), 영국의 도시명 리버풀(Liverpool; “물이 빠지지 않는 진창”의 뜻에서) 등은 리포스와 뿌리가 같은 말이다.

 

일상용어인 “fat(지방)”에 비해 lipid(지방질), aliphatic(지방질의, 지방족脂肪族화합물)은 기술적/전문적인 용어로 사용된다.

 

그리스어의 lipo-(lip-), -lipid, -lipoid, -lipoma, -lipomatous는 “지방”의 뜻이다.

lipemia: 지질혈증

lipid: 지질. 지방질 → glycerolipid: 글리세롤지질, phospholipid: 인지질

lipidemia: 고지질혈증(옛 용어 고지혈증), hyperlipidemia, hyperlipemia → dyslipidemia: 이상지질혈증

lipid-soluble: 지용성-

lipocyte: 지방세포, adipocyte, fat cell

lipoid: 지질성-

lipolysis: 지질분해, 지방분해, adipolysis

lipoma: 지방종 → angiolipoma: 혈관지방종, nevolipoma: 지방모반

lipomatous polyp: 지방종폴립

lipophilic: 친지질성親脂質性

lipoprotein: 지질단백

high density lipoprotein(HDL): 고밀도지질단백

low density lipoprotein(LDL): 저밀도지질단백

very low density lipoprotein(VLDL): 초저밀도지질단백

liposuction: 지방흡인(술)

lipotropic: 지방친화-, 지방제거-, 지방간제거제. lipo- + -tropic(방향을 돌리다)

 

life: 생활

life annuity: 종신연금

life cycle: 생활주기

life expectancy: 기대여명

life line: 생명전화, 생명구조선

life style disease: 생활습관병

life table: 생명표

half-life: 반감기

live vaccine: 생백신

absent without leave: 무단외출

 

aliphatic amino acid: 지방족아미노산

aliphatic compound: 지방족화합물

aliphatic hydrocarbon: 지방족탄화수소

aliphatic series: 지방족계열

 

라틴어의 adipo-(adip-), adipos-는 “동물성 지방”, “돼지기름”, “비만”의 뜻이다.

adipose tissue: 지방조직

adiposis: 지방증, 비만증, adiposity

 

십일(11)과 십이(12)가 “10” + “1”과 “2”인 것처럼 eleven, twelve는 각각 “one, two + 남는(lif-) 10”으로, 이때의 lif-는 리포스와 같다.

 

고기를 굽는 연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의 불을 훔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노련한 프로메테우스는 연기 문제와 남겨진 지방과 내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절묘한 꾀를 생각해냈다. 다름 아닌 인간들로 하여금 양을 잡아 먼저 하늘에 제사부터 올리게 하여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이것이 희생양이다. 땅으로 스며드는 희생양의 피는 자연스럽게 지하에 있는 영혼과 귀신들의 몫이 되고 나머지를 불에 태우면 그 연기와 냄새는 불과 함께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으로는 불은 원래 하늘(올륌포스)에 소속되었던 것이라 자기의 본래 자리를 찾아 위쪽으로 타오른다. 그 고소한 냄새에는 신들도 반하여 태양을 도둑맞은 데 대한 노여움도 다소나마 누그러질 것임에 틀림없었다. 또한 신들도 자신들을 찬양하며, 제물을 올려주는 인간의 존재가 싫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아쉬워하게 될 것이라고 인간의 창조자는 헤아렸다.

 

프로메테우스는 제를 올릴 적에 먹기 곤란한 지방 덩어리와 내장을 태우게 하여 제우스에게 이중의 타격을 입혔다. 물론 지방과 고기를 각기 다른 접시에 포장하여 제우스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하는 절차를 취했지마는 아직 젊어 경솔한 면이 있는 제우스가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기가 막히게 맛있는 냄새를 피우는 쪽을 덥석 집으리라는 것쯤은 노회한 프로메테우스가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따라서 라드(lard; 돼지기름)는 그리스어 라로스(입맛 돌게 하는 것)에서 온 것이다. 그때 제우스의 선택 이래로 불에 고기를 구우면 기름이 흘러 불에 떨어지면서 피어나는 강한 불꽃은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하늘을 향하게 되는 것이고, 살코기 부분은 인간의 몫으로 남았다.

 

lard: 돼지기름, 라드

 

그리스어로 “남는/쌓이는 것”인 스테아르(stear)는 희생양의 지방 덩어리, 곧 동물의 고형기름을 의미한다. 스테아르와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서 있는/남아있는 것이 stone(돌)이다.

 

금속원소인 텅스텐(tungsten)은 스웨덴어 tung(무거운) + sten([남아있는] 돌)이다. 독일어 볼프람(Wolfram; 텅스텐)에서 텅스텐의 다른 말 울프램(wolfram)과 텅스텐의 원소기호 W가 나왔다.

 

그리스어의 stear, steato-(steat-)는 “고형 기름”의 뜻이다.

stearic acid: 스테아르산 cf) stearin(스테아린, 지방의 고형부)

steatohepatitis: 지방간염

steatolysis: 지질분해, 지방분해, lipolysis. steato- + lysis(풀다, 느슨하게 하다)

steatoma: 지방종脂肪腫 → cholesteatoma: 진주종. steat- + -oma(덩어리)

steatonecrosis: 지방괴사

steatopygia: 둔부지방축적, 볼기과잉지방

steatorrhea: 지방변(증)

steatosis: 지방증 ↔ asteatosis: 피부마름증, 피부건조증

stone: 돌, 결석, 연마기 → gallstone: 쓸개돌, 담석, biliary stone, limestone: 석회암

bladder stone: 방광돌

renal stone: 콩팥돌

salivary stone: 침돌, 타석

ureter stone: 요관돌, 요관결석, ureteral stone

asteatotic eczema: 건조습진, xerotic eczema, eczema craquele(균열습진)

cobblestone tongue: 조약돌혀 cf) cobblestone(조약돌, cobble)

tungsten: 텅스텐, 74W

 

신에게 희생양의 지방과 내장을 바치도록 한 프로메테우스의 조치는 모든 것을 미리 생각하는 신으로서도 의도치 못한, 따라서 신화에는 언급되지도 않은 결과를 낳았다. 지방 덩어리를 태울 때 흘러나온 기름이 바닥의 재에 떨어져 굳은 데에서 천연 비누가 생성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시커먼 탄소와 재가 섞인 비누를 씻는데 사용한 것은 아니고 세정제로서의 용도는 훨씬 후에나 알려지게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동/식물성 기름과 알칼리염을 섞은 것으로 목욕을 하였지만, 그리스/로마인들은 올리브유를 이용하였을 뿐이었고, 아프로디테의 전담 미용사인 카리테스(우아함의 3여신)는 아프로디테의 피부를 관리할 때 천상의 오일을 썼다고 한다.

 

정교한 이론과 숙고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프로메테우스로서도 알 수 없었던 결과는 그리스신화 최초의 신 카오스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효과를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그리고 그 이론을 “카오스이론”이라고 부른다.

 

로마는 야만인인 게르만족에게서 비누를 배웠다. 게르만족의 전사들은 적에게 위압감을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비누를 사용하여 머리를 붉게 물들였는데, 로마인들은 이때 흘러내리는 비누가 연주창에 효과가 있음을 깨달았다. 로마에서는 적어도 기원전 6세기경부터 염소의 지방과 나무를 태운 재로 제조한 비누를 피부약과 연고로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게르만족의 말‘사포(뚝뚝 흐르는 것)’에서 라틴어 사포(sapo; 비누)가 나왔다.

 

사포/세붐(sebum; 짐승의 기름, 피지) → soap(비누), 불어 스위프(suif; 지방, 비계), 불데스위프(Boule de Suif; 비계덩어리, 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단편소설)

 

sapo(비누) + -in(화학물질) → saponin(사포닌, 비누와 같이 매끄러운 거품을 만들어 세포에 표면활성제로 작용하는 물질). 인삼의 사포닌은 다른 동식물의 사포닌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특히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로 불리는데 이는 ginseng(인삼) + glycoside(글리코시드, 배당체配糖體)이다.

sapo + indicus(인도의) → Sapindus(무환자無患子나무속, soapberry, soapnut). 자식에 화가 미치지 않게 하는 나무라는 속설에 따라 무환자無患子이다. 고대인도에서는 사포닌 성분이 있는 이 나무의 열매를 각종 허브와 섞어 끓여 샴푸(shampoo)를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18세기 식민지 시절의 인도에서 샴푸를 배웠기에 샴푸의 어원은 힌디어(Hindi) “챠포(반죽)”.

 

라틴어의 sapo-(sap-), sapon-, saponi-는 “비누”의 뜻이다.

sap: 즙, 주스

saponin: 사포닌

saponification: (화학) 비누화

soap: 비누

soapsuds enema(SSD); 비눗물관장 cf) soapsuds/suds(비누거품, 거품이 인 비눗물)

 

라틴어의 sebo-(seb-), sebi-는 “피지”의 뜻이다.

sebaceous: 피지-, 피부기름-. sebum + -aceous(…의, …과 같은) → pilosebaceous: 털피지샘-, 모발피지샘-

sebiparous: 피지분비-, 기름분비-

seborrhea: 지루, 기름흐름

seborrheic dermatitis: 지루피부염

sebum: 피부기름, 피지, sebaceum

suet: 양지(소/양기름)

dyssebacia: 피부기름이상, 지루이상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mortal)은 비록 수명의 한계(mortal)는 지녔어도 신의 형상을 닮았을 뿐 아니라 불까지 손에 넣고 있었다. 기껏해야 목기나 석기만을 알던 인간에게 불은 날카롭고 단단한 금속 무기 제작을 가능하게 하였으므로 인간은 신들에게조차 버거운 상대가 될 수 있었다. 이때의 인간(man)은 남성(man)만이었으니까 man은 본디 “용감한 자”, “부하/하인”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