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당한 제우스 - 둥지로 날아든 뻐꾸기

Nubere noli, Iuppiter uxor eris - Don't marry, Jupiter; you'll be a wife.

 

제우스는 헤라에게도 눈독을 들였으나, 신들의 왕으로서도 사춘기 소녀 헤라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300년 동안이나 기회만 노리던 제우스는 왕으로서의 체통도 없이 다친 뻐꾸기로 변신해 헤라에게 날아들었다. 작은 새는 음흉하게도 처녀의 옷 속 무릎으로 자꾸만 파고들었으나 이를 새로만 여긴 헤라는 간지러움을 참으며 뻐꾸기를 쓰다듬고 예뻐할 뿐이었다. 여신의 무릎을 충분히 점령했다고 여긴 제우스는 일순 본모습을 드러내고 헤라를 범하려 했다. 그러나 헤라는 정식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하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몸이 단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하고(당하고) 만다(“결혼하다”의 영어 marry는 수동태인 be married to로 쓴다). 헤라는 적어도 왕에게 종속된 왕비가 아니라 여왕이 되었다.

 

이로써 여왕으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작새 외에 뻐꾸기 역시 헤라의 새이다. 이는 제아무리 제우스라도 결코 헤라의 무릎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제우스가 뻐꾸기로 변신하여 헤라에게 날아들었던 산은 이후 “코퀵스산(Kokkyx; 뻐꾸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코퀵스와 이의 라틴어 쿠쿨루스(cuculus)는 뻐꾸기의 울음소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쿠쿨루스 → Cuculidae(뻐꾸기과), cuckoo(뻐꾸기, 뻐꾹)

 

뻐꾸기의 단조롭게 반복되는 울음소리 → cuckoo([같은 말만 반복하는] 얼간이, 단조롭게 되풀이하다), 속어 cuckoo(미친 사람), cuckoo’s nest(정신병원)

 

고대 그리스의 한 의사는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의 꼬리뼈가 뻐꾸기의 부리와 닮은 데 주목하여 이를 '코퀵스'로 명명하였고, 이의 현대식 표기가 '캌식스(coccyx; 미골, 꼬리뼈)'이다. 헤라의 새인 뻐꾸기를 연구한 의사답게 그의 이름은 헤로필로스(Herophilus; 헤라의 총애를 받는 자)이다.

 

뻐꾸기로 변신했던 제우스에게 붙었던 수식어 Coccygeus(뻐꾸기의) → coccygeus(꼬리근)

 

제우스와 뻐꾸기의 신화는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을 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서, 과연 헤라는 자신이 낳지도 않은 제우스의 아들들에게 젖을 주거나, 그들에게 시련을 주어 불멸의 영웅으로 키우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제우스에게 아내를 빌려주어야만 했던 억울한 남편들에게는 cuckold(부정한 아내의 남편), cuckoldry(유부녀의 서방질)와 같은 단어가 생겼다.

 

엉치뼈(sacrum)는 "신성한 뼈(sacred bone,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뼈)"에서, “꼬리뼈(coccyx)”는 뻐꾸기에서 유래하였다.

 

그리스어의 coccygo-(coccyg-), coccyge-, coccyo-(coccy-)는 “영장류의 꼬리뼈”의 뜻이다.

coccyx: 꼬리뼈. “칵식스”로 읽음. pl. coccyges(“칵사이지즈”로 읽음)

coccygeal: 꼬리-, 꼬리뼈-

coccygeus muscle: 꼬리근, 미골근

coccygodynia: 꼬리뼈통증, coccydynia

pubococcygeal: 두덩꼬리-, 치골미골-

pubococcygeus muscle: 두덩꼬리근, 치골미골근

sacrococcygeal: 엉치꼬리-. sacro-(엉치뼈) + coccyg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