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의학용어

메티스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 머릿속의 파리 본문

제4장 올륌포스의 신 II-올륌포스의 12신

메티스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 머릿속의 파리

R2D2 in X-wing 2025. 2.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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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is omnia disposuerat. - Metis had it all planned.

 

매사에 주도면밀하였던 메티스는 구체적인 가족계획(family planning)까지 세워 놓았다. 그녀는 우선 딸을 낳고 그다음에 아들을 낳을 텐데, 그 아들은 세상을 지배할 운명을 타고나게 될 것이라고 의도적으로 제우스에게 말했다. 또는 우라노스(하늘)와 가이아()가 알려주었다는 설도 있다.

 

이로써 제우스는 고민에 빠졌다. 불멸의 존재인 신은 자신보다 뛰어난 아들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정도 일로 메티스를 포기한다는 것은 줄기차게 여자들을 추구하는 제우스의 명성과 양심에 심히 어긋나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아버지 크로노스가 하던 대로 그녀를 삼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본성이 티탄 여신인 메티스의 체격은 제우스보다도 월등하게 컸던 테다.

 

Dea quae musca facta est  - The Goddess Who Became a Fly.

 

메티스에게 말려 들어간 제우스는 일단 메티스와 마지막으로 동침할 생각부터 했다. 그리고 직후에 그녀와 변신 놀이를 하다가 메티스가 파리로 변신하도록 한 다음, 한입에 삼켜버릴 계획을 짰다.

 

정신은 가슴에 깃들고, 뇌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이 콧물 같은 점액(이의 기능은 열이 나면 흘러내려 식히는 것이다)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위대한 신이 콧물 따위를 흘릴 리는 없을 테니까 계획대로 제우스에게 삼켜진 메티스는 텅 비어있는제우스의 머릿속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신들의 왕인 남자의 머릿속에서 마음껏 조언(잔소리)을 하고 나름대로 조종도 할 수 있게 된 메티스는 만족스러웠다. 메티스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갑자기 유식해진 제우스를 두고 다른 여신들은 메티스가 제우스의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은 거 같다고 수근거렸고 남신들은 아예 관심도 없었다. 이리하여 메티에타(Metieta)가 제우스의 별칭으로 추가되었다. “현명한 조언자란 뜻이다.

 

이로써 제우스는 안심했겠지만 한 발 늦었다. 제우스는 모르고 있었으나 임신 가능일을 계산한 메티스가 마지막 관계일을 조절한 것이다. 출산일이 다가오자 사려 깊은 메티스는 태어날 딸에게 줄 투구와 갑옷, 무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그녀는 어머니의 온갖 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뿐만 아니라 무익한 유혈을 막는 전쟁의 신도 겸하여 어떠한 남신보다도 우월한 능력을 보여주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와의 사랑에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뚱땅거리는 메티스의 망치질에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견디다 못한 제우스의 비명을 듣고 모두 달려온 가운데 세상 경험이 누구보다도 풍부한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에 따라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제우스의 머리를 열자 어느새 성인이 된 여신 아테나가 갑옷에 무기를 든 완전무장 차림으로 뛰어나왔다. 그녀의 맑은 전쟁의 함성이 넓은 하늘에 울려 퍼지자 하늘(우라노스)과 땅(가이아)이 흔들렸다(떨었다)고 한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아테나, 머리로 출산의 고통을 맛보고 있는 제우스가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튀이아의 옷깃을 잡고 있다. Wikipedia

사려 깊은 아테나는 그녀를 무사히 태어나게 해준 프로메테우스에게 천문학과 수학, 건축술, 항해술, 야금술, 글쓰기 및 기타 유용한 기술을 알려줘 은혜를 갚았고, 오늘날 인간들이 알고 있는 이 기술들은 본디 아테나에게서 프로메테우스를 거쳐 전수된 것이다.

고대 로마의 수슐도구, Wikipedia

그리스어 악시네(axine; 도끼)는 라틴어 아스키아(ascia; 도끼), axe(도끼, ax), adze(까뀌)와 같은 어원을 가진다.

 

수술 후 나선상으로 감은 붕대의 모양이 아스키아(도끼)의 자루와 닮은 데서 “ascia(나선붕대, spiral bandage)”가 나왔다.

 

이로써 사람들은 아테나를 코뤼파시아(Coryphasia; 머리에서 나타난 여신)”, 제우스를 코뤼파이오스(Coryphaeus; 머릿속을 보인 자)”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와 비슷한 별칭이 아르테미스에게도 있았는데 달이 떠오르는 코뤼파이온산(Coryphaeon; 달이 머리/꼭대기에서 보이는 산)”의 꼭대기에 사원을 가지고 있었던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코뤼파이아(Coryphaea; 정상에 보이는 여신)”였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코뤼(cory)”는 카라(kara; 머리)에서 온 말이다.

 

코뤼자(coryza, 코라이저)는 열로 인하여 카라(머리) 속의 체액이 끓어 코로 넘치는 병, 곧 코감기(head cold)를 말한다.

 

카라 cranium(머리뼈), carotid(경동맥-), cheer(환호, 생기, 격려), cheers(건배), 스페인어 카라(cara; 얼굴)

 

그러나 고대로부터 목 양쪽의 동맥을 누르면 기절한다고 생각되었으므로 갈레노스는 carotid혼수(coma)”의 뜻에서 온 것으로 해석했다.

 

남자들은 결코 출산을 경험해볼 수 없고 다만 머리로 알 뿐이다. 그런데 제우스는 머리로 그 분만의 고통을 직접 맛보았다. 따라서 그는 레케아테스(Lecheates; 해산중인 여성의 보호자)가 되었다. 게다가 머리뼈를 가른 상처가 감염되어 고생했던 모양으로 레케아테스는 “lechopyra(산욕열産褥熱)”라는 용어에 한 번 더 흔적을 남긴다. 산욕열(lechopyra 보다는 라틴어에서 온 puerperal fever를 주로 사용한다)은 "분만시(lecho-) 발생한 성기의 상처가 감염되어 고열이(phyr) 나는 병(-a)"을 말한다.

 

어쨌든 제우스는 피임에는 실패하였지만, 메티스에게서 아들을 낳지 않는 산아제한에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그녀를 삼킨 것조차 메티스의 계획의 일부였고, 그녀가 말한 둘째는 아마도 제우스를 가리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티스의 뜻을 이어 여자들은 남자를 아이처럼 다루게 되었다.

 

그리스어의 carotid-, carotio-(caroti-)는 “경동맥”의 뜻이다.

carotid: 경동맥-, 목동맥-

carotid artery: 목동맥, 경동맥

coryza: 코감기, runny nose

 

그리스어의 cranio-(crani-), cran-은 “두개골”의 뜻이다.

cranial: 머리-, 두 개-

cranial cavity: 두개강

cranial nerve: 뇌신경

cranial vault: 머리둥근천장, 두개둥근천장

craniopharyngioma: 머리인두종, 두개인두종

craniotomy: 머리뼈절개술, 개두술

cranium: 머리뼈, 두개골, skull. pl. craniums/crania → chondrocranium: 연골머리뼈, desmocranium: 섬유막머리뼈, 섬유막두개, endocranium: 머리뼈속막, 두개골내막, epicranium: 머리덮개, 두개외피, neurocranium: 뇌머리뼈, 신경두개골, pericranium: 머리뼈바깥막, 두개골막

craspedote tapeworm: 편절중첩조충

hemicrania: 편두통, 반뇌증. hemi-(절반) + cran- + -ia(병)

intracranial: 머리속-, 두개내-, endocranial

migraine: 편두통, migraine headache. 라틴어 헤미크라니아(hemicrania; 반두통, 반뇌증)의 불어 cf) migraineur(편두통환자)

olecranon: 팔꿈치머리, 자뼈팔꿈치돌기, 주두肘頭(팔꿈치 주, 머리 두). olene-(팔꿈치) + cranon(머리뼈, cranium의 그리스어)

olecranon fossa: 팔꿈치오목, 주두와

olecranon spur: 팔꿈치돌기, 주두극肘頭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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