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유모 꿀의 님프와 아말테아

Dulcis Ut Mel - "Sweet as Honey"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부추김을 받고, 아버지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거세하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크로노스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지배권을 쥐게 되었으나 항상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다. 성기를 절단당한 우라노스가 쫓겨 가며 너도 네 아들에게 똑같이 당해 보라고 퍼부은 말이 걸렸기 때문이다.

 

세상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와 살림을 차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을 차례로 낳았다. 그러나 우라노스가 남긴 말이 불안했던 그는 태어난 자식들을 레아가 가져오는 즉시 삼켜버렸다.

 

그렇다고 불멸의 신들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티탄 신인 우라노스의 뱃속에는 충분한 공간도 있은 덕분에 그 안에서 그럭저럭 있을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뱃속에서는 시간이 정지한 탓에, 그리고 젖을 먹지 못한 탓에 자라지는 못했다.

 

자애로운 어머니 레아는 자식들을 빼앗겨서 슬펐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섯 번이나 있고 나서야 비로소 레아는 다음번 아기에게도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시 임신을 한 레아는 크레타섬(Crete)으로 가서 제우스(Zeus)를 낳았는데, 그녀로서는 운을 하늘에 맡기고(“아버지 우라노스여 도와주소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레아가 강보에 싼 돌을 아기인 양 시치미를 떼고 남편에게 넘겨주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크로노스는 이전과는 달리 아기의 얼굴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널름 삼켜버렸다. 역시 여섯 번째나 되니까 습관이 되었는지 조심성이 약해진 것이다. 이로써 제우스는 크로니데스(Cronides; 크로노스의 아들)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크로노스는 아기의 얼굴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들 때마다 세상 곳곳을 뒤져보곤 하였다.

 

크로노스에게 강보에 싼 돌을 건네주는 레아. 용맹하지만 단순한 남성의 전형답게 크로노스는 별 의심 없이 제우스(돌)를 삼켰다. Wikipedia

 

레아는 빼돌린 제우스의 양육을 크레타섬의 님프인 멜리아이(Meliae) 자매들에게 맡겼다. 수피에서 달콤한 수액이 나오는 서양물푸레나무의 님프인 멜리아이의 단수형 멜리아(Melia)는 그리스어 멜리(meli/melli; 꿀) + -ia(여자)이다.

 

이들 자매는 젖먹이 제우스를 염소의 젖과 꿀과 정성으로 키웠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그 중간지대인 땅(ge)과 하늘(uranus) 사이의 공중(air)에 제우스를 매닮으로써 무사할 수 있었다. 신에게도 맹점盲點은 있었던 것이다!

 

어린 제우스는 젖을 먹을 때 염소의 부드러운 울음소리와 포근한 털, 말랑한 젖통을 좋아했으므로 그 염소를 “아말테아(Amalthea; 부드러운 여신)”라고 불렀다. 아말테아는 “아말로스(amalos; 부드러운) + 테아(thea; 여신)”이다. 나중에 제우스는 염소를 하늘의 별자리에 올려서 진짜 불사의 여신으로 만들었다.

 

그리스어 아말로스는 라틴어 블란두스(blandus: 아첨하는, 공손한), mulch(갓 심은 작물에 덮은 톱밥/퇴비/비닐 등 뿌리 덮개), melt(녹다, 녹이다), smelt(제련하다)와 뿌리가 같은 말이다.

 

아말로스 → malt(엿기름, 맥아), melt(녹다), mire(진창, 수렁), moil(질척이는 → 힘들게 일하다, 고역), amalgam(아말감, 거울 반사면/치과용 충진재로 사용하는 말랑한 수은 합금)

블란두스 → bland(부드러운, 담백한, 김빠진), blandish(…에게 아첨하다), blah, blah, blah(어쩌고, 저쩌고)

 

그리스어의 malaco-(malac-), malako-, -malacia는 “부드러운”, “말랑말랑함”의 뜻이다.

malacia: 연화(증), softening → bronchomalacia: 기관지연화증, chondromalacia: 연골연화증, encephalomalacia: 뇌연화증, keratomalacia: 각질연화증, 각막연화증, osteomalacia: 뼈연화증, 골연화증, 뼈무름증. osteomalacosis, malacosteon, scleromalacia: 공막연화증, spondylomalacia: 척추연화증, tracheomalacia: 기관연화증

malacotic tooth: 연화치아, 무른니

malagma: 습포, 연화, 찜질, 연화약, 완화제

malt: 엿기름, 맥아

maltase: 말타아제(말테이스). malt + -ase(효소)

maltose: 엿당, 맥아당, 말토오스. malt + sucrose(당)

melt: 융해

melting point: 녹는점, 융점

amalgam: 아말감

ameloblast: 사기질모세포, ganoblast. enamel(에나멜) + -o- + -blast(모세포)

bland aerosol: 순한분무제, 무자극분무제

bland diet: 연식, 무자극식사

bland embolism: 무균색전증, 비감염색전증

enamel: (치아의) 사기질, 에나멜. en-(안으로) + -amel(녹다)

 

아말로스 → 그리스어 블레나(blenna; 점액), 암블리스(amblys; 무딘)

블레나 → blenny([점액으로 미끈거리는] 베도라치)

암블리스 + -op(눈) + -ia(병) → amblyopia(약시)

 

그리스어의 blenno-(blenn-)은 “점액”의 뜻이다.

blennorrhea: 고름눈물, 농루 → ophthalmoblennorrhea: 고름눈염증, 화농안염

blennorrheal conjunctivitis: 고름눈물결막염, 농루결막염

 

그리스어의 amblyo-(ambly-)는 “더듬기”, “둔한”, “무딘”의 뜻이다.

amblyacousia: 난청, 청력저하

amblyope: 약시환자

amblyopia: 약시, lazy eye

color amblyopia: 색약

strabismic amblyopia: 사시약시 cf) strabismus(사시, 사팔눈, squint)

 

라틴어의 moll-은 “부드러운”의 뜻이다.

moll: 연성-

Mollicutes: 몰리쿠테스강綱, molli- + cutis(껍질) → 세포벽이 없는 박테리아

molluscum: 물렁종

molluscum contagiosum: 물사마귀, 전염물렁종

mollusk: 연체동물 cf) Mollusca: 연체동물(문)

emollient: 완화-, 피부연화제, malactic

 

아말테아는 염소가 아니라 염소처럼 풍부한 젖을 내는 님프인 알타이아(Althaea; 유모, 자연요법 치유자)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알타이아는 alo(기르기)/althos(치료) + -ia(여자)라는 뜻이다.

 

양아욱(Althaea officinalis)의 속명 알타이아(Althaea; 접시꽃속)는 양아욱의 뿌리 즙이 호흡기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이 님프의 이름은 또한 아욱과의 관목 althaea(무궁화)에도 나타난다. 원산지가 중국/인도인 무궁화(Hibiscus syriacus)의 학명은 그리스어 히비스코스(hibiscus; 아욱)와 나라 이름 시리아에서 왔는데 이는 시리아의 정원에서 처음으로 채집되었던 탓이다.

 

라틴어의 altrici-는 “젖엄마”, “산파”의 뜻이다.

altricious: 장기 간호를 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