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의학용어

에뤼시크톤의 제 살 깎아먹기 본문

제3장 올륌포스의 신 I-제우스와 형제들

에뤼시크톤의 제 살 깎아먹기

R2D2 in X-wing 2025. 1.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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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es est optimus coquus. - Hunger is the best cook.

 

걸신乞神은 빌어먹는 귀신이라는 뜻으로 몹시 배고파 음식을 탐하는 마음을 이르는데 그리스신화에도 정확하게 여기에 해당하는 신이 있다. 고대로부터 전쟁이 나거나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무서운 기아를 겪어야 했고, 이러한 고통을 몰고 오는 악령이 그리스신화의 리모스(Limos; 걸신)와 로마신화의 파메스(Fames; 배고픔의 여신)이다.

 

그리스어의 limo-(lim-)은 “배고픔”, “식욕”의 뜻이다.

limophthisis: 기아쇠약. limo- + phthisis(쇠약의 정령, 폐결핵의 옛말)

limosis: 병적기아

bulimia: 폭식(증), 식욕이상항진(hyperphagia). bous(소) + limos + -ia(증)

bulimia nervosa: 신경성폭식증

 

파메스 famine(기아), famish([]), fatigue(피로), overfatigue(과로), indefatigable(포기할 줄 모르는), indefatigability(끈덕짐)

 

famine: 기아, 기근

famine edema: 기아부종

fatigability: 피로(증)

fatigue: 피로 cf) fatigue([금속/나무] 피로), fatigues(군대 사역, 군 작업복, 훈련복)

chronic fatigue syndrome: 만성피로증후군

fatigue fracture: 피로골절, stress fracture

 

파메스는 프리구스(Frigus; 추위), 팔로르(Pallor; 창백함), 트레모르(Tremor; 오싹함, 몸서리) 따위의 악령들과 무리 지어 머나먼 북쪽 얼어붙은 불모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추위와 배고픔, 창백한 낯빛은 항상 동행한다.

 

트레모르는 때로 오한이 든 듯 심하게 떠는 병인 학질(ague)을 가리키는데, ague는 라틴어 페브리스 아쿠타(febris acuta; 격심한 열)에서 온 말이다.

 

트레모르 tremor(미진微震, 약간의 떨림, 전전긍긍), tremble(떨다, 흔들리다), terrible(끔찍한, 무서운), terrific(굉장한, 아주 좋은), tremendous(엄청난, 거대한, 많은, 소름끼치는), temblor(지진, 떨림), 이탈리아어 트레몰로(tremolo). “사시나무 떨듯이라는 말처럼 작은 바람에도 나뭇잎이 떨리는(tremula) 나무가 Populus tremula(사시나무, aspen)이다.

 

Frigus penetrat ossa. - The cold penetrates the bones.

라틴어 프리구스(frigus; 추위, 겨울)는 그리스어 리고스(rhigos; 추운)/리그모스(Rhigmus; 얼어붙은 자)와 뿌리가 같은 단어이다. 트라키아의 왕자 리그모스는 전차를 타고 호기롭게 출전하였으나 아킬레우스와 마주치자 두려움에 몸이 얼어 저항하지 못하고 창에 찔려 죽었다.

 

그리스어의 rhigo-(rhig-)는 “추위”, “오한”의 뜻이다.

rhigolene: 리골린(석유에서 추출한 국부 한랭 마취제)

rhigosis: 냉각冷覺, 냉감각 → arhigosis: 냉각결여(증), arrhigosis

 

라틴어의 tremo-, tremor-, tremb-, trem-, tremul-은 “떨림(오한)”, “진동”의 뜻이다.

trembles sickness: 떨림병

trembling: 떨기, 전율, shivering

tremograph: 떨림기록도

tremometer: 떨림측정계

tremor: 떨림, 진전震顫

delirium tremens: 진전섬망 음주섬망

 

테살리아의 왕 에뤼시크톤(Erysichthon)은 어느 날 사람들을 이끌고 나무를 베러 갔다. 원하는 만큼 굵고 곧은 나무를 발견하지 못한 그는 근처의 숲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은 대지와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의 사당이 있는 신성한 장소였다.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마을 수호신에게 바쳐진 숲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나무를 베지 않아 좋은 재목감이 흔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알맞은 나무를 찾은 사람들이 막 도끼질을 하려는 순간, 나무의 정령이 나타나 스스로 신목神木임을 내세워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동티날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나무 베기를 거부하자 에리시크톤이 손수 도끼를 들었다. 주변의 만류와 신목으로부터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나무에 도끼날을 박는 순간 나무에서 붉은 수액이 나와서 땅에 흘렀다. 에뤼시크톤 이라는 이름은 erysi-(붉은) + chthon()이니까 크토니아(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를 피로 적신 자를 말한다.

 

이에 분노한 데메테르는 이 불경한 사나이를 벌하기 위해서 추운 나라에서 리모스를 소환하여 에뤼시크톤의 뱃속에 들어가도록 명하였다. 굶주림의 악령은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림신인 풍요의 정령 플루토스(Plutos)의 영원한 맞수인데, 수확의 여신으로서는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적수를 불러들였으니 그 분노의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때부터 에뤼시크톤은 영원한 기아에 시달리게 되어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불과 며칠 만에 가축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먹는데 탕진한 그는 마침내 딸 메스트라(Mestra)까지 팔아버렸다. 메스트라는 므네스트라(Mnestra; 구혼을 받는 여자)의 다른 말이다.

 

공주의 몸으로 비천한 뱃사람에게 팔려 가던 메스트라는 예전에 그녀를 취했던 포세이돈에게 간절히 구원을 호소하였는데, 이에 포세이돈이 그녀에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메스트라의 손목을 잡고 데리고 가던 뱃사람이 문득 돌아보자 젊은 여성이 아닌 꼬부라진 노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 딸을 팔기를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딸은 갖가지 모습으로 변신하여 탈출하기를 거듭했다. 그리스의 부녀사기단이었다. 그래도 배고픔을 어쩌지 못한 에뤼시크톤은 마침내 자기 자신의 몸까지 먹어 치우고, 땅바닥에는 몸을 잃은 치아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딸을 팔기 위해 흥정하고 있는 에뤼시크톤, Wikipedia

 

후에 메스트라는 도둑의 수호신 헤르메스의 아들 아우톨뤼코스의 아내가 되었다. 아우톨뤼코스는 자신과 장물을 보이지 않게 하거나 물건의 모습을 바꾸어 버릴 수 있는 도둑의 제왕이었으니까 둘은 썩 잘 어울리는 짝이었다.

 

그리스어의 erythro-(erythr-), ereuth-는 “빨간색”, “불그스레한”의 뜻이다.

erysipelas: 단독丹毒, 얕은연조직염. erythros(빨간) + pella(피부)

erythema: 홍반

erythremia: 적혈증, 적혈병

erythritol: 에리트리톨(당알코올). erythrite(코발트화華, 코발트와 같이 추출되는 붉은 분말) + -ol(알코올)

erythroblast: 적모세포, 적혈구모세포

erythroblastosis fetalis: 태아적모구증

erythrocyte: 적혈구, red blood cell(RBC)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ESR): 적혈구침강속도, 혈침속도

erythropoiesis: 적혈구생성

ABO erythroblastosis: 이에비오 적모구증

Rh erythroblastosis: 알에이취 적모구증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전신홍반루푸스

ulerythema: 흉터홍반. ulo-(흉터, 잇몸) + erythema

xanthoerythrodermia: 피부황홍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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