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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의학용어
익시온 - 불타는 수레바퀴 본문
Ixionis rota - The wheel of Ixion
그리스인들은 호랑가시나무나 겨우살이에서 채취한 끈끈한 진을 나뭇가지에 발라놓고 들새를 잡았다. 그리스어로 겨우살이는 익소스(ixos), 익소스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 벌레, 곧 익소스 무리는 익소데스(ixodes; 진드기)이다.
라피테스족의 왕 익시온(Ixion; 끈적이는 자)은 끈적끈적 미루기로 상대방의 진을 빼놓을 뿐만 아니라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피까지 빨아먹는 인간이었다. 어느 날 디아(Dia)라는 어린 소녀를 보고 욕심이 생긴 익시온은 그녀의 아버지 데이오네오스(Deioneus; 부수는 자)에게 달라붙어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여러 필의 말을 대가로 약속하고서 신부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극심한 가부장제로 집안의 여성이나 아이들은 일종의 재산-가축처럼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영어의 gift는 본디 신부값(bride-price)을 의미하는 말이었고 14세기 초에 gift에 “천부의 재능”이라는 의미가 부가되었다.
익시온에게는 여러 가지 특성이 있었으나, 물론 그중에 정직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일단 신부를 데려가 놓고 값은 치를 생각이 없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뻔뻔한 사위에게 참다못한 데이오네오스가 계약을 부수고 디아를 회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익시온이 장인을 초대하여 끈적끈적 미루기 스킬을 시전하자 잔뜩 열이 올라 소리를 지르던 데이오네오스가 쓰러져버렸다. 하필 숯불이 이글거리는 불구덩이 옆이었다. 데이오네오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익시온은 아예 그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다.
Ixodes: 참진드기(속)
Ixodes persulcatus: 산림진드기
익소데스(진드기)와 같은 어원을 가진 그리스어 입스(ips; 나무좀) + homo(같은, 닮은) → Ipomoea batatas(고구마), Ipomoea nil(나팔꽃). 고구마의 종명 batatas는 ‘감자’의 카리브해 원주민어, 나팔꽃의 종명 nil(없는)은 희거나 연한 나팔꽃의 색을 말한다.
자신을 방문한 장인을 살해한 익시온은 그리스인의 전통적인 손님 환대 관습인 크세니아(xenia)를 위배했을 뿐 아니라, 친족 살인을 범한 최초의 그리스인이 되었다. 여행자의 보호는 최고신 제우스의 특별 관심사로서, 이때의 신들의 왕은 제우스 크세니오스(Zeus Xenios)라고 불리었다. 따라서 손님을 해치는 행위만 해도 제우스로부터 벼락을 맞을 일이었는데, 하물며 장인이었다.
그래도 익시온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종래에는 미쳐버린 익시온이 제우스의 신전에 가서 제물을 듬뿍 바치고 끈질기게 울부짖으며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죄를 씻어줄지 여부에 관한 권한은 오직 제우스에게 있었으므로 비의 신이기도 한 제우스에게는 카타르시오스(Katharsios; 씻어 내리는 자, 정화자)라는 별칭이 있었다.
카타르시스(catharsis; 정화)는 살인과 같은 죄를 씻어 내리는 종교적 의식을 말한다. 흔히 정서의 정화 작용, 정신을 후련하게 풀어주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제우스의 별칭은 하제를 이용하여 체내에 남은 불순물을 배설-설사-시키는 방법을 뜻하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범죄에 당황하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신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익시온은 운이 좋았다. 그 전날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아름다운 님프와 만족스러운 밤을 보낸 제우스는 마음이 너그러워져 있었던 것이다. 신들의 왕은 익시온에게 카타르시스를 내려주었을 뿐 아니라 올륌포스로 데려와 신들의 식탁에 초대하기까지 하였다. 제우스가 내린 카타르시스가 때로 제우스가 싼 설사 똥이 되기도 하는 사례다.
그리스어의 cathar-, cathart-, cathars-는 “정화하기”, “깨끗이 하기”의 뜻이다.
catharsis: 감정정화, 카타르시스, 설사 → hypercatharsis: 과다설사
cathartics: 설사제, purgative, laxatives
그리스어 카타로스(katharos; 순수한)/라틴어 여성 이름 카타리나(Katharina; 순결한 여자) → Catherine. Catherine의 애칭 Kitten와 Kitty는 각각 kitten(새끼고양이)과 kitty(새끼고양이)가 되었다.
신의 음식인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고 마셔 불사의 몸이 된 익시온은 스스로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싸늘한 기류를 눈치챈 익시온은 헤라를 끈적이는 눈길로 힐끔거렸다. 식욕이 달아난 헤라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간밤에 바람을 피우고 제 발이 저린 제우스는 헤라의 비위를 맞추려, 그리고 자신의 여자를 넘보는 자를 응징하려고 손에 벼락을 충전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만류가 있었다. 신이라고 해도 어쨌든 아직 짓지 않은 죄에 앞서서 벌을 내릴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제우스는 아테나의 조언에 따라 손에 쥐고 있던 번개를 담은 먹구름으로 헤라를 복사하여 익시온에게 보냈다. 이 여인이 네펠레, 곧 구름의 여인이다.
이러한 견본이나 모형 인형을 말하는 “더미(dummy)”는 본디 “벙어리(dumb)”에서 온 말이다. 의학용어로서 dummy는 “모조품”, “속임약”, “가공치”를 뜻한다. 18세기에 교회 종을 울리는 추가 손에 쥐기도 좋고 적당히 무거워 근육을 단련하기에 딱 좋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들이 이를 가져가 사용하고는 되돌려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종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자 종추에 벙어리 종(dumb bell) 곧 덤벨(dumbbell; 아령啞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라틴어 틴티나불룸(tintinnabulum; 종) → tintinnabulation(딸랑딸랑)
번개를 잔뜩 머금었던 비구름이라 네펠레의 피부색도 진하고 구름처럼 둥실둥실 떠올랐으나 어두운 침실에서 이를 알지 못한 익시온은 올륌포스 안주인의 더미 인형에게 덤벼들었다. 이로써 익시온은 또 다시 전통적 관습을 깨트린 것이 되는데(성범죄가 아니다), 크세니아에는 손님에 대한 환대뿐만 아니라, 대접을 받는 손님 역시 주인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증거를 잡은 제우스는 악인을 수레바퀴에 묶어놓고 굴렸다. 게다가 먹구름 네펠레의 머리카락에서 튀던 정전기는 수레바퀴에 불을 붙였다. 데이오네오스를 불에 넣어버린 응보였다. 이미 불사의 몸이 된 익시온이 불에 타 죽을 수도 없었고 끝없이 미루던 행위에 대한 대가로 바퀴가 절대 멈추지 않았으므로 영겁의 고통을 받아야만 하였다.
시간이 지나 네펠레는 반인반마의 괴물 켄타우로스를 낳았다. 이는 말로 치르기로 했던 신붓값에 대한 벌이었다. 보리수의 님프 필뤼라가 낳은 현명한 켄타우로스 키론과는 다른 부류로서, 난폭하고 야만적인 존재였기에 신도 인간도 익시온의 후손인 켄타우로스를 혐오하였다. 익시온이 다스리던 라피테스족은 켄타우로스의 형제로 알려졌다.
한편, 제우스는 익시온의 아내였던 아름다운 디아를 잊지 않고 자신의 여자로 취하였다. 사실 디아는 “맑은 하늘”이라는 뜻이니까 “먹구름”같이 속이 시커먼 익시온과는 처음부터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참고) 종이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를 나타낸 것이 tinkle이다. 작은 방울이 울리는 것처럼 들리는 청진음을 이르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말이 tingle(추위나 타격으로 따끔따끔 아프다, 쑤시다, 얼얼하다, 울렁울렁하다)이다.
tingling: 저림
tinnitus: 귀울림, 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