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여신 탈라사, 흑해의 신 폰토스
"Peripateticus ambulans" - 산책하는 소요학파
창공의 신 에테르와 낮의 여신 헤메라 사이에서 태어난 탈라사(Thalassa; 바다의 여신)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아직 다른 바다를 모르던 즈음, 그리고 좀 더 세련된 신화가 생기기 이전에 지중해를 다스리던 원초적 여신이었다. 오늘날 판(pan; 모든) + 가이아(Gaea)인 판게아(pangaea; 고대의 거대 대륙)란 말이 사용되듯이 판게아를 에워싼 고대의 거대 바다를 판탈라사(panthalassa)라고 한다. 훗날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게 거세될 적에 탈라사의 바다에 떨어진 피에서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난 까닭에 아프로디테의 어머니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리스어의 thalasso-(thalass-), thalassio- (thalassi-), thalatto-(thalatt-)는 “바다”, “대양”의 뜻이다.
thalassemia: 지중해빈혈
오케아노스의 대서양은 세상의 끝이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세상에는 탈라사(지중해) 말고도 짠물을 가진 또 다른 바다−흑해가 있음을 안 그리스인들은 이를 폰토스(Pontus; 외해外海)라고 불렀다. 유럽의 남동부와 아시아의 육지에 에워싸인 흑해는 좁은 해협을 통하여 지중해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는 성교로 해석되어 지중해의 여신 탈라사는 흑해의 신 폰토스의 배우자로 생각되었다. 이 해협을 거쳐 그리스신화의 영웅 이아손은 아르고호를 탄 50명의 영웅들을 이끌고 황금양피를 찾으러 가는 모험을 펼쳤다.
폰토스는 라틴어 폰스(pons; 다리), find(찾다), path(길), pad(패드, [개/고양이의] 발바닥), peripatetic(일로 돌아다니는)과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가 세운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강의하던 특징적인 수업방식에서 Peripatetic(소요학파逍遙學派)이 나왔다.
라틴어의 ponto-(pont-), pon-은 “다리”의 뜻이다.
pons: 다리뇌, 교뇌
pontic: 인공치아(FPD/fixed partial denture를 다리 삼아 걸쳐진 의치)
ponticulus: 다리(다리뇌의 꼬리 부분). pl. ponticuli
pontine: 다리뇌-, 교뇌-
finder: 파인더, 발견자, 관측자
finding: 소견
pad: 패드, 덩이
path: 경로, 통로
온화한 바다라 여성에 비유되는 지중해에 비해 대륙에 에워싸인 지리적 특성상 물길이 거세고 거친 풍랑이 자주 발생하는 흑해는 남성이었다. 당연히 목숨을 걸고 이 바다를 건너야만 하게 되었던 선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기에 고대 페르시아어로 검은 바다(Black Sea)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전해 들은 그리스인들은 비슷한 발음의 그리스어로 바꾸어 폰토스 악세이노스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크세노스(xenos; 나그네)에 접두사 a-(아닌)가 붙은 악세이노스(axeinus)는 그야말로 “손님을 냉대하는(야박한)” 바다인 것이다.
악세이노스 → axenic(무균-)
사람들은 무서운 흑해의 신에게 폰토스 에욱시노스(Pontos Euxinus; 환대하는/친절한 폰토스)라는 아부의 멘트를 바쳤고 이는 오늘날 ‘Euxine(흑해의)’으로 남아있다.
그리스와 소아시아(Asia Minor; 아시아 서부 흑해와 지중해 사이 지역)의 곳곳에는 도적과 산적, 해적이 출몰하던 시절이었다. 날이 저물어 머물 곳을 찾는 나그네를 친구처럼 환대하는 관습인 크세니아(xenia)가 생겼고, 이는 현대의 그리스에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손님의 안전이 최고신 제우스의 특별한 관심사였기에 사람들은 제우스를 크세노스(Xenos; 손님을 환대하는 신), 그리고 사려 깊은 여신 아테나를 크세니아(Xenia)라고 불렀다.
고대 아테네 출신의 크세노폰은 페르시아의 용병으로 참가하여 크세노스 + 포네(phone; 목소리) → 크세노폰(Xenophon; 외국말을 하는 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담은 심포지움(Symposium) 등을 저술한 작가이다.
Sino-(중국) + 크세노스 → Sino-xenic pronunciations(한국이나 일본, 베트남에서의 한자 발음)
크세노스는 라틴어 호스트(host; 나그네를 따뜻이 맞이하는 자), 호스티스(hostis; 낯선 자, 적), guest와 같은 어원에서 온 것이다.
호스트 → host(주인, 주최측, 숙주, 성체聖體), hospitality(환대), hospital(병원, 중세에 빈자들을 위한 쉼터/보호소), hostel(호스텔), hotel(호텔), hospice(호스피스), hostage(인질)
호스티스 → host(다수의), hostility(적의), hostile(적대적인)
호스트 + -ess(*여성형 어미) → hostess(여관과 같은 나그네들이 묵어가는 숙소를 운영하는 여인). 19세기에 이르러 저녁 만찬을 주재하는 여주인을 가리키다가 다시 “접객업소의 여성(부정적인 의미에서)”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스어 알파벳의 14번째 문자인 ‘크시(Ξ/ξ)’는 “크스”로 발음되며 라틴어 알파벳으로는 Xi(xi)로 쓴다. ‘크시’는 때로 영어식으로 ‘크사이’라고도 하고 “z(즈)”로 발음한다. 따라서 크세노스(Xenos; 낯선)는 ‘지노스’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아내이자 악처의 대명사였던 크산티페(Xanthippe; 황색 말(과 같은 머리) 女)는 ‘잔티페(잰티피)’, 주기율표상에 존재가 예측은 되었지만 발견이 지극히 힘들어 크세논(xenon; 낯선 원소)이라는 이름이 붙은 비활성기체는 “제논”으로 읽는다.
그리스어의 xeno-(xen-), -xenic, -xenism, -xenist, -xenous, -xeny는 “외국”, “이방인”, “손님”의 뜻이다.
xenobiotic: 생체이물-
xenogenic: 이종異種-
xenograft: 이종이식. xeno- + graft(접목, 접붙이기, 이식)
xenophobia: 타인공포증, 외인공포증
xenon: 제논(크세논). 54Xe
axenic: 무균-. a-(없는) + xenicos
heteroxeny: 복숙주기생 ↔ monoxeny: 단숙주기생
heteroxenous parasite: 복숙주기생충 ↔ monoxenous parasite: 단숙주기생충
lipoxeny: 숙주황폐화. lipo-(떠남) + -xeny
monoxenic: 단일미생물오염-
perixenitis: 이물주위염
라틴어의 hospit-, hosp-, host-는 “손님”의, hosti-(host-)는 “적”의 뜻이다.
hospice: 임종간호, 호스피스
host: 숙주
graft-versus-host disease(GvHD): 이식편대對숙주병
hospital: 병원 cf) hospitalization(입원)
hospital acquired infection(HAI): 원내감염, 병원내감염, nosocomial infection
hostile transference: 적대적전이
hostility: 적개심, 적의